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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엘 갑니다. 서점엘 가면 대부분은 그림책을 한 권씩 사 옵니다. 오늘도 서점엘 들렀고, 모처럼 동시집을 집었습니다. <어쩌려고 저러지> 제목을 보면서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어요. 아이들하고 함께 하는 시간에 그림책은 곧잘 읽어 주곤 했는데, 동시는 잘 읽어 주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동시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동시를 배우고, 암송 대회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동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지난해부터 아이들에게 동시집을 보여 주긴 했는데, 아이들이 잘 보질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책 선정을 잘못했나 싶은 생각에 동시집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동시집을 출간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어쩌려고 저리지> 책을 구입하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책장을 넘겨보았습니다. 차례에 제1부 ?, 제2부 !, 제3부 ’, 제4부 … 로 되어 있더라고요. 왠 문장부호? 뭐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남 1녀를 둔 엄마입니다. 내리 사랑이라고, 어린 아이들이 하는 짓이 더 예쁩니다. 그래서 ‘헐!’을 보며 내심 마음 한 구석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이 시를 접하면 우리 큰아이는 자신의 마음과 같다고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오기 전 혼자 책장을 넘기며 동시를 읽었습니다. ‘학습지’ 동시는 십 년 전 방문 교사를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매일매일 일정 분량의 학습지를 풀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고 다녔거든요. 물론 우리 아이들은 학습지는 하지 않습니다. 동시는 그림책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오고 난 후 혼자 소리 내어 동시를 읽었습니다. 처음엔 관심 없어 하던 아이들이 엄마가 읽는 동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서에 상관없이 몇 편의 동시를 읽어 주고, 어떤 동시가 재미있는지 물었습니다. 일곱 살 딸은 ‘비행기 똥’과 ‘아빠는 시인’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아홉 살 아들은 ‘끝’, ‘생강나무는 생강나무’를 읽어 줬더니 동시집에 관심을 보이더랍니다. 딸은 아빠에게 ‘퇴근한 아빠’ 동시를 읽어 주고, 어찌나 재미있게 웃어대던지. 듣고 있던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빠도 아이들이 읽어 주는 동시를 듣더니 한참을 웃네요. 아이들과 함께 한 저녁 시간에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박웃음을 지어 본 거 같네요. 엄마가 소리 내어 읽어 주니, 아이들도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동시를 큰소리로 읽어 주네요. 아이들 입을 통해 듣게 되는 동시는 더 없이 맑고 경쾌합니다. 동시가 우리의 일상 모습을 담고 있고, 밝아 아이들이 더 많이 웃었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과 소리 내어 동시를 읽어 본 후, 아이들이 안 읽었던 동시 중 제목 없이 동시만 읽어 주고, 아이들에게 제목을 한번 지어 보라고 했더니, 동시 제목과 비슷한 제목도 나오고, 전혀 다른 제목도 나오네요. 그래도 동시 안에서 제목을 찾아보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아이들과 동시 읽고, 제목 맞추기를 하며 아이들과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딸은 잠들기 전까지 동시를 읽어주고, 제목을 맞춰보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딸과 함께 동시 제목 맞추기 놀이를 열 편 정도 한 거 같아요. 책을 읽고 난 후 큰아이는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 ‘볼만했다.’ 가 감상평이거든요. 그런데 자기 전에 이 동시집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만났던 동시집이 대 여섯 권 정도 되었는데,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즐거워 한 동시집은 <어쩌려고 저러지>가 처음이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셨던 시간이 많으셔서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표현한 시들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동안 저희집에서 그림책 대신 동시 읽는 소리가 들릴 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현실을 읽어야 진정한 동시입니다. 각박한 환경 속에서 파란 신호등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동시집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김용택이 2012년 할머니의 힘 이후 4년 만에 동시집을 선보입니다. 오랜 기간 시인의 동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짧고 긴 36편의 동시를 담은 어쩌려고 저러지 는 도시 아이들과 시골 아이들, 세상 이치를 막 발견해 가는 아이와 주름만큼 깊은 삶의 지혜를 손주에게 물려주는 노인 등 서로 다른 장소, 서로 다른 세대의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무엇이 됐든 시인이 가진 나침반은 아이들을 향해 있습니다. 시인은 늘 아이들의 현실을 읽어야 진정한 동시라고 말해 왔습니다. 38년간 몸담았던 학교를 오래전 떠나와서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그의 감각은 더 예민해져 아이들의 몸짓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좇습니다. 건널목 앞에서 어깨가 축 처진 채 대화를 주고받는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귀가 쫑긋 서고, 동생만 편애하는 엄마 때문에 서운한 형의 투정에 고개를 주억거려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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